한국에서 산 기간이 40년이 넘는데도 10여 년 캐나다에 살았다고 많이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다.
낯설게 느껴진 것들 중 하나가 맛집을 찾아다니면서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접하기 힘든 음식들이 많았다. 내가 사는 이곳 런던은 내륙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나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국에 가면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맘껏 먹어야지" 라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그런데 관광지나 일반 식당, 동네 식당들 까지 거의 모든 업소들 현판에는 자신이 "원조"임을 우기듯 붙어있고, 무슨 프로그램에서 다녀 갔다거나, 유명인들이 다녀갔다는 증명사진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가 진짜 원조인 거야?"
예전에 내가 즐겨 먹었던 맛집들은 문을 닫았거나, 너무 변해있어서 찾기조차 힘들었으므로 할 수 없이 온라인을 통해 얻는 정보들을 참고하거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음식점들을 선택해야 했다. 유명한 맛집들을 가면 당연한 것처럼 줄을 서야 하고 심한 경우에는 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물론 나는 유사한 다른 곳으로 가서 먹었다. 다른 곳엘 가서도 30분 넘게 기다리다 먹었다 ㅋ) 그곳에서 먹어 보질 못해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같이 간 지인의 말을 빌자면 거의 유사한 맛이란다. 그만큼을 기다려 먹었으니 배도 많이 고팠고, 엄청 유명한 맛집이니 당연히 맛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이 있진 않았다.
이곳뿐 아니라 여러 곳의 유명 맛집들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맛이 있다고 느껴지질 않았다. 내 입맛이 변한 탓이려니 하기도 했고, 좋은 타이밍에 못 간 탓이겠지, 기대가 너무 큰 탓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기다려서 먹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왜 많은 이들이 그 긴 시간을 줄을 서서 먹는 것일까?
매체가 너무 발달하다보니 왜곡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실제로 그 정도로 맛있는 집이 아님에도 언론이나 매체의 구부러진 홍보 탓일 수도 있다 생각했고, 유명인이 다녀갔다는 것만으로 이런 현상들이 생긴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다. 나 역시도 그런 홍보 덕분에(?) 그런 음식점들을 찾았던 것이니까.
진짜 맛있는 집은 유명인들이 다녀 갔다는 홍보도, 화려한 사진들도, 원조라고 우기는 현판들도, 무슨 무슨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사진과 문구들도 없는 곳에 있지 않을까?
또하나, 익숙하지 않은 풍경은 그런 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은 소위 "인증샷"이란 것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 역시 맛이 좋거나 좋은 사장님이 운영한다 싶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곤 하지만, "인증샷"이란 생각으로 찍지는 않는다. 맛을 즐기러 온 것인지 인증샷을 찍으러 온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런 인증샷을 찍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 못하거나 소외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요즘의 흐름이 그런 것인데 내가 뒤쳐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헷갈린다. 혹시라도 "인증샷"을 찍어야만 친구들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을거라는 생각때문이라면 한 번쯤 "자존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자존감"이라는 다소 무거운 말까지 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일부 왜곡된 언론이나 조작된 매체에 휩쓸려 가는 그런 모습은 아니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존감 / 자신감 / 자존심 / 자만심 이 말들은 참 비슷한 것 같지만 제법 많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했다고 그것을 하지 못하면 않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면 살며시 위의 말들을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나도 오늘 내가 자존감이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민 여행 삶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방문 : 빈부의 격차 심화 - 중산층의 몰락 (0) | 2020.03.08 |
---|---|
한국 방문 : 실버(복지) 산업의 성장 (0) | 2020.03.08 |
한국 방문 : 대한민국 공기의 질 - 심각한 미세먼지 (0) | 2020.02.05 |
한국 방문 : 시민권자로서 한국생활에 가장 불편한 것들 (0) | 2020.02.02 |
한국 방문 : 영주권자 vs. 시민권자 뭐가 더 좋을까? (0) | 2020.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