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이나 본인인증 시스템 등등이 최근 들어 많이 바뀐 탓에 전에는 그다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엄청난 불편함과 짜증 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영주권자로 한국에 오느냐 시민권자로 가느냐에 따라 불편함의 정도가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져 있음을 느꼈다.
특히, 시민권자로 선불 유심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을 때, 새로운 통장 개설이나 금융 업무 대부분이 불가능했고,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앱의 사용 역시 불가능했다. 가장 짜증 나는 부분은 "본인인증" 할 때인데, 선불 유심을 산 나는 캐나다인이어서 회원 가입된 사이트의 한국인인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이다. 본인인데 본인인증을 할 방법이 없다.
1. 핸드폰 후불제 요금에 가입할 수가 없다. 유일한 선택이 "선불유심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쓰는 방법밖에 없다.
선불유심제와 비교하자면, 후불제 요금은 선택의 폭도 넓고, 심지어 가격도 훨씬 싸다. 혜택 또한 다양하다.
그런 장점을 제외하고라도 후불제 요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본인인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불유심으로 본인인증에 들어가면 본인이 아니니 인증에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 "본인인증" 이란 것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 불편함과 짜증남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일단 기존에 가입된 사이트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려고 해도 본인인증이 안되어 구매할 수가 없다.
외국인으로 새로 가입하려 해도 외국인으로 가입이 가능한 사이트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가입절차에서 본인인증
을 또 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즉, 인터넷 천국이요 강국인 한국에 와서 온라인 쇼핑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려해도 살 수가 없다.
2. 새 통장을 만들 수 없다. 기존 통장도 휴면이나 폐기된 통장은 살릴 방법이 없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어도 해당이 되는 것 같다. 무슨 대포 통장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데 솔직히
웃기는 얘기다. 진짜 도둑놈들 대포통장은 잡지도 못하면서 서민들 불편함만 가중시켜놓은 것 같다.
기존의 통장(이민 전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정상적인 통장)도 휴면계좌이거나 휴면을 지나 폐기된 통장을 살리려고
해도 주민등록증과 또 다른 증명서(여권, 등본, 초본)를 제공하라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은 단순 방문의 검은 머리
외국인인 나는 가능하지가 않다. 금감원의 지시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단다.
졸지에 난 대포통장을 만들려 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마저 더럽다.
여러 번에 걸친 재방문과 다양한 어필을 통해 결국 만들 수 있는 통장이란 것이 제한 계좌 통장으로 일일 이체한도
및 전체 한도가 제한된 계좌이다. 그래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만든 통장이다.
이 또한 약간의 편법이 필요했고, 직원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3. 택시 콜이 예약이 안된다. 고속버스나 기차 등 온라인 예매 구매가 안된다. 온라인 쇼핑이 불가능하다.
카카오 택시나 다른 서비스들이 많고, 고속버스나 기차를 온라인 구매할 앱들은 엄청 많고 편리하지만,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해 예매나 구매를 하려 하면그 망할 놈의 "본인인증"에서 막힌다.
지역 콜택시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로 불러야 한다. 10분 전에 연락해야 한다. 그 이상 예약은 안된다.
터미널에 직접 가서 티켓을 사야 한다. ㅋㅋㅋㅋ 온라인과 인터넷 최강국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결국 가장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온라인 쇼핑인데 캐나다에 있을 때부터 사려고 찜해 둔 물건들을 대부분 살 수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만 것들이 대부분이고, 친구를 통해 산 노트북이 있는데 친구에게 미안해 이벤트 하는
부분은 그냥 포기했다.
4. 기타
한 가지 에피소드는 공항에 내려 첫 지하철을 탈 때였다. 가방을 들고 매고 전철 입구에서 한참을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이리저리 전전긍긍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직원을 부르는 스위치를 눌렀다. 완전 캐나다 촌놈이
어리버리하고 있는데 3분쯤 있다 여직원 한 분이 나오셨다. 내가 "지하철 어떻게 타는 겁니까?"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 여직원분이 나를 아래위로 두 번 스캔을 하시더니 타는 방법을 알려주시긴 했는데 아마도 그분한테 난 "이상한
놈"이었을 것 같다. 그 후로 지하철을 능숙(?)하게 타게 되어서 자주 목격하게 된 것이 나처럼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 진짜 외국인들이 지하철 앞에서 나와 같이 헤매거나 전전긍긍하는 모습, 심지어 출입구에서 잘못된 위치에
카드를 찍어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멘붕에 빠진 외국인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론 발전한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모든 불편함과 짜증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거소증(F4 비자) = 외국인 등록증이다.
사실 외국인 등록증과 거소증은 엄밀히 말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웃기게도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관공서나 기업들에서조차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거소증 요구해할 경우인데 외국인 등록증 내놓으라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제법 종종 일어나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두 신분증의 명확한 차이는 F4 비자 취득 유무이다.
즉, F4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의 신분증은 국내거소신고증(거소증)이며, F4 비자를 취득하지 못하는 외국인의 신분증은 외국인 등록증이 되는 것이다.(좀 더 상세한 내용은 전 글인 : 영주권자 vs. 시민권자를 참조 바랍니다.)
"거소증은 한국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들의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 또는 외국인 등록증 대용으로 은행계좌를 열 때,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할 때,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을 때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국내거소 신고를 한 시민권자는 재외동포법에 의해 부동산 거래, 금융거래에서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단지 내가 외국인 등록증 = 거소증(F4 비자)으로 쓴 이유는 내가 겪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효과가 같다는 의미이다. 두 신분증 모두 한국에 주민등록이 아예 없거나 말소된 사람을 위해 발급해 주는 외국인을 위한 신분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거소증이 되었든 외국인 등록증이 되었든 신청에서 취득까지 꽤 많은 시간과 돈이 들며 이를 대행해준답시고 꽤 큰돈을 받아 처먹는 놈들이 있다. 조심하자! 특히, 그런 놈들이 쓴 블로그나 사이트에 가면 취득하기 몹시 힘들고 엄청 겁주는 말들이 쓰여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기는 할 것이다. 별거 아니니 겁먹지 말자!
정부에서 재외국민이든 재외동포이든 제 나라에 방문으로 오든 다시 돌아와 살려고 오든 제대로 된 법과 신속한 절차로 진정 실생활에서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내 나라에 왔을 때, 힘들지 않고 포근한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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