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지 12년이 넘어가는 가을이다.
지난 해 쿠바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 생겨난 철딱서니 없는 여행에 대한 열정(?)덕분에, 8년간 캐나다에서 우리 가정 경제를 책임져 주었던 비지니스를 정리하고 12년 만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쿠바를 다녀와서 느닷없이 생긴 열정만으로 호구지책을 정리하게 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는 나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미 자식들이 다 성장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나이들이 되었기에 과감하게 그나마 돈 줄이었던 비즈니스를 정리할 엄두를 낼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드디어 나의 오랜 꿈이었던 세계 여행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기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민을 간 이후로 어머니를 옆에서 돌봐드리지 못하며 합리화하며 살아야 했던 나를, 여행을 떠나기 전 어머니곁에서
"100일 곁에 있어 드리기"라도 해서 켕겨있는 내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고 싶었다. 난 참 못된 아들이다.
12년 만에 간 한국에서 100일간 느낀 점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올려 보려 한다.
1. 시민권자로서 한국여행시 몹시 불편한 것들
영주권자로 한국에 오느냐 시민권자로 오느냐에 따라 불편함의 정도가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져 있음을 느꼈다.
특히, 시민권자로 선불 유심카 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을 때 벌어지는 숨막히는 불편함과 새로운 통장 개설이나
금융 업무는 대부분이 불가능했고,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앱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2. 공기의 질 : 심각한 미세먼지
12년 전 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갈 때만 해도 봄철에 잠시 있던 황사로만 알고 있던 표현이 미세먼지라는 생소한 단어
로 바뀌고 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기의 질이 너무 나빠져 100일간 내내 목이 개운치 않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 경보라도 울려 연속되는 3~4일 간은 목과 코는 물론 눈까지도 따갑고 마침내 머리까지 아픈 지경이었다.
심해도 너무 나쁘게 변한 공기의 질은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나타날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폐질환 증가라는 결과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한국 맛집 방문 후기
처음 공항에 내려 공항에서 부터 숙소까지 가는 동안 마주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적잖이 놀랐다. 왜 모두
비슷해 보이고 좀 전에 본 것 같은 친구가 또 지나가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맛집을 찾아가면 주위 모든 맛집이 원조이며, TV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사진과 글귀로 도배가 된 것 또한 같다.
맛을 즐기러 간것이 아니라 인증샷을 찍으러 온 듯 보인다. 그래야 왕따가 되지 않는 것일까?
4. 실버(복지) 산업의 성장
거의 모든 산업의 정규직은 점점 줄어만 가는데 유독 증가하는 듯 보이는 직업군이 실버(복지)관련 직종과 알바로
보인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장애자들을 돌보거나 관련 의료기기를 만들고, 납품하는 산업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5. 빈부의 격차 심화
IMF 이후 중산층의 몰락은 시작되었다고들 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내 눈엔 국가는 회복된 듯 보이지만, 국민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7년 전 출장갔던 일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왜 일까?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즐비하고 말도 안되는 아파트 집값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6. 한국이 캐나다보다 좋은 점들
내 기준으로 음식점들이 많고 다양하다. 심지어 싸다. 가성비가 너무나 훌륭한 음식이 많다. 대중교통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다.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의료보험 체계와 쉽게 접근이 가능한 병원과 약국들.
언제나 가능한 음식배달과 신속한 온라인 상품 배달은 가히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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