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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여행 삶/이민

캐나다 런던 의료 시스템 체험 : 심근경색으로 죽다 살아난 이야기(1/2)

 

캐나다 런던에 살면서 느낀 의료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난 이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 사람 최우선, 우선 살려 놓고 본다."

 

오늘은 내 체험담을 쓰려고 한다.  

 

2008년도에 2년의 기러기 생활을 마치고 가족들과 같이 하기 위해 캐나다 랜딩을 한다.   밴쿠버에서 랜딩을 마치고 토론토 공항을 나와 공항에서 기다리던 집사람과 아이들을 만나 런던으로 향한다.

 

당시 3베드룸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서둘러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이었다.  이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볼 일을 보러 가던 중에 갑자기 체한 것 같고, 가슴이 답답했다.  먹은 것이 별로 없었는데 체기가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타고나기를 위가 참 튼튼하고, 잘 체하질 않는 편이라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가 했다.    좀 심해지는 느낌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체한 듯한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왠간해선 약을 먹지 않는 내가 약도 두 번이나 먹고, 갑자기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며, 식은땀이 머리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기만 했다.   너무 식은땀을 많이 흘려 더운물 샤워를 하는데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이내 곧 같은 증상이면서 턱관절 부위가 너무 아프며 몸살 난 듯한 근육 통증이 심해졌다.   나중에는 체한 것이 아니라 이사하면서 무리를 해 근육통이 생긴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3시간을 어찌 할 바를 몰라 구르고 있던 중 아들의 전화를 받고 집사람이 일을 하다말고 달려와 병원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를 종용했다.

병원 가기를 엄청 싫어하는 나는 어린 아들과 집사람의 말을 무시하려고 했으나, 통증과 증상이 심상치 않고 내가 견디기가 어려워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운타운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때 어린 아들이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요즘도 내가 조금만 이상하면 놀란 토끼눈으로 어디 이상하냐며 묻곤 한다. 

 

이것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경각심을 드리기위해 과장된 그림을 삽입했습니다.

병원에 가도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의자에 앉아 이걸 기다려야 하나 다시 집에 가야 하나를 생각하는 찰나, 간호사와 의사 같은 사람이 나를 보고는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동 침대에 눕히더니 바로 싣고 병실로 데려갔다.   난 내가 너무 아파 보이니깐 그랬는 줄 알았다.  그리곤 20분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엄청난 고통은 많이 사라졌고, 젊은 의사가 한 명오더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을 한다.

"There are good news and bad news.  Which one do you want to hear  fisrt?" 

"엥? 뭔 개소리야!"  속으로 딱 이랬다.  나쁜 쪽 부터 듣겠다니깐,

"너 지금 심장 동맥(Artery)중 한 곳은 100%, 또 한 곳은 98% 막혀서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 몰라"이러는 거다.    내가 영어를 잘못 알아 들었나?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래?  좋은 건 뭐냐?

"지금 대학병원에서 너를 수술할 팀이 기다린다.  너 운좋다.  최고의 수술팀이다."  뭐 대충 이런 소리로 들렸다.

당시에 좋은 쪽은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은 내가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5분 안에도 죽을 수 있다는 소리만 가득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더니 뭔가 준비된 것을 마쳤다는 듯 나에겐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바로 앰뷸런스에 싣더니, 대학 병원으로 옮긴다.   

 

대학병원에 옮겨진 후, 병실에 젊은 의사가 오더니 서류를 들이밀면서 사인하라는 거다.   이게 뭐냐니까 수술 동의서와 수혈 동의서란다.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나 사인 안 해.  집에 갈 거다.  지금 안 아프고 편안하다.  그러니깐 그건  모르핀을 많이 맞아서 안 아픈 거고 사인 안 하고 지금 병원을 나서면 나서다 죽을 수도 있단다.  그래도 난 사인 안 한다 하니깐 이것들이 영어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한국인 통역사를 불렀다.  통역사가 "이 사람 말 다 알아듣네" 하니 이번엔 다른 의사가 와서 "지금 니가 안 아프고 편안한 이유는 모르핀을 많이 맞은 데다 98% 막힌 동맥에 작은 유리관을 임시로 관통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너 지금 빨리 수술 안 하면 죽는다.  빨리 사인해라"  참 기가 막힌 소리였다.   이때만 해도 난 이것들이 체하고 몸살이 나서 그런 걸 오진을 해서 이 난리를 피운 거라 생각했다.   수술은 무슨 수술.  이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개수작을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엔 그들이 볼 때, 내가 너무 어이 없어 보였을 거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래도 버티니깐 조금 있다가 노련해 보이는 의사가 왔다.   그가 바로 날 살려준 수술 집도의인 닥터 키야 박사다.   나에게 말은 처음 두 의사처럼 하지 않고, 괜찮냐, 어떠냐 만 하더니, 가족을 불러 가족이 나를 설득하게 하는 것이었다.   역시 노련하다.  결국 아내와 아이들의 설득에 죽을 각오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1시간여를 버틴 사인을 하고야 만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천운이었단다.  나처럼 100%, 98% 동맥이 막힌 상태에서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30분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10분만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난 3시간을 버티다 온 것이라는 아내의 설명에 그렇게 까지 버티지 못한다고 했단다.  운이 좋다고.

 

사인을 하자마자 수술실로 옮겨진다.   이때 수술실로 옮겨가면서 의식이 사라지기 바로 직전, 나를 위에서 내려다 보며 "Don't worry it's alright."이라던 간호사 얼굴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  진짜 잘생기고 예쁜 얼굴 말이다.   수술 후 그 간호사를 찾으려고 꽤나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정말 예뻤다.  이 말을 했더니, 니가 모르핀을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 거란다. ㅎㅎㅎ   그런 걸까?  모르핀 때문이었을까?  마취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수술이 예정했던 시간보다 3시간을 더 했다고 아내에게 들었다.   뭔가 긴박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수술을 바이패스 수술(Bypass Surgery)이라고 한다.  톱으로 가슴 가운데 뼈를 절단해서 열어 재낀 후, 멀쩡한 왼쪽 손목 근처의 동맥을 잘라내어 막힌 동맥 주위를 우회하여 연결시키는(Grafting) 수술이다.  덕분에 왼손은 평생 뭔가 쥐가 나는 상태로 살아야 한다.    닥터 키야가 퇴원할 때 나에게 한말 중 기억이 또렷이 나는 한마디가 있다.

 

당신은 원래 10기통의 엔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6기통 엔진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2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