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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여행 삶/이민

나이야가라 폭포에 가면 반드시 배를 타고 봐야 하는 이유

 

무료 주차장에서 부터 배타고 나이야가라 폭포 보기

짭짭프로 액션 캠사고 처음으로 찍은 영상이다.   손떨방도 안 키고 찍었고(손떨방이 뭔지도 잘 몰랐기에), 눈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물과 배의 움직임에 대한 카메라 각도의 이해도 없었고, 하여간 참 용감 무식하게 찍은 영상이다.

인터넷을 보면 경이로운 사진들과 영상들이 있다.    모두 전문가들이 찍었을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아는 분 말씀이 그런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려면 장비도 장비지만, 순간 포착을 위해 며칠, 몇 달을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카메라에 "카" 자도 모르고,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게 될 날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충만 들어봐도 내가 지금 뛰어들어 배울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머리 한구석에서 강력하게 내게 말을 한다.    그냥 사진기나 액션캠을 들고 찍고 싶은 것 찍어대고 편집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잘라내서 이어 붙이고 촌스런 자막을 입히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 전부란 것도 나에겐 참 버거운 배움이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나를 합리화 하자.  

이 사진은 전문가가 찍은 나이야가라 폭포 사진이다.

무료 주차장에서 20여분을 걸어 이것 저것 보다 보니 배 승선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었다.    긴 행렬을 따라 배에 탈 때까지 20분은 걸린 듯하다.   나눠주는 빨간색 비닐 비옷을 주는 걸 보니 쫄딱 젖을 것 같아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된다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언제 또 이런 첫 번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첫 번의 짜릿함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다행이 사람이 많이 줄서지 않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승선 티켓을 구매했다. 

드디어 배를 타고 방수캡을 카메라에 덮어 씌우고 나이야가라 폭포를 담을 준비를 했다.   배에서 위치를 잘못 잡아 찍는데 제한을 많이 받아 속상했지만, 실제 내 눈에 머리에 가슴에 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젊었을 때, 미국 여행을 한 달간 SUV를 빌려 서부 5개 주를 가족과 여행을 하면서 너무도 좋은 곳을 많이 보았지만, 그 당시 비디오로 담느라 정신이 없어 내 눈에 머리에 가슴에 담는 걸 소홀히 한 걸 후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술이 훨씬 발달해서 엄청 작은 이 카메라가 물속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물을 맞으면서도 대충 잘 들고만 있으면 알아서 찍어준다고 생각하고 난 내 눈과 머리와 가슴으로 폭포를 맞을 준비를 한다.   위의 영상에서도 다 드러나듯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카메라 앵글이고 뭐고 정신이 없다.    눈을 뜨기조차 힘들고, 그래도 보겠다고 눈을 강타하는 나이아가라의 물을 눈에 가득 머금고 연신 뿌연 시야를 없애려 눈을 계속 깜박이지만 들어오는 물방울을 막을 방법이 없다.  선글라스나 수경을 끼면 다소 나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왠지 난 맨눈으로 보고 싶었다.   

폭포도 폭포지만, 혹시라도 모를 전설의 추장과 그 딸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나이야가라" 라는 이름의 유래와 전설을 간략히 소개한다. 

렌즈의 물방울만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원상 "나이야 + 가라" 의 합성어라고 한다.   나이야 쪽이 "물을 만들어 내는" 이란 뜻이고, 가라 쪽이 "소리를 지르다"  라는 뜻이란다.   즉, "물이 소리를 지른다" 라는 뜻인데 "천둥 치는 강" 정도로 회자되는 듯하다. 

 

서글픈 전설은나이아가라 상류에 한 원주민(인디언이라 부르지 말자) 부족이 있었는데,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폭포의 신에게 부락의 소녀중 한 명을 산 채로 강물에 떠내려 보네 제물을 바쳐왔다.   어느 해, 제물로 바칠 소녀를 제비 뽑기로 가렸는데 그만 추장의 어린 딸이 뽑힌다.    추장은 자신의 외동딸이 제비에 뽑혀 제물로 바쳐지게 되고, 일찍 어미를 잃은 외동딸을 나이아가라의 폭포 속으로 흘려보내야만 하는 추장의 심정은 부모라면 누구나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러나, 공정한 방법으로 선출되었고 부족민들의 우두머리인 추장은 내색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마침내 신에게 바치는 날이 왔고, 꽃으로 온갖 장식이 된 배 안에는 추장의 딸이 울고 있었다.  배는 하염없이 나이아가라 절벽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추장의 딸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아버지를 애타게 불러댔지만 그 소리는 거대한 물소리에 파묻힐 뿐이었다.   배가 폭포의 낭떠러지를 향해 갈 무렵, 한 남자가 배를 저어 다가왔는데 그 남자는 바로 추장이었던 것이다.     추장은 자신의 딸이 탄 배로 옮겨가 울고 있는 어린 딸의 손을 꽉 쥐며, 딸을 향해 엷은 미소를 짓는 순간 추장과 그 딸이 탄 배는 결국 엄청난 폭포의 물줄기 속으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렇게 떨어진 추장 딸의 전설은 지금까지 전해져, 가끔 물보라 속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전설은 어디까지나 구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머릿속에선 분명 구라라고 확신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켠에선 혹시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적어도 전설이나 신화 속의 구라 같은 이야기들 속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들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게되면 반드시 배를 타고 나이야가라 폭포 맨 앞까지 가야하는 이유는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 속에서 전설에 나오는 추장과 그 딸을 볼 수 있기를, 그래서 구라라고 믿던 전설이 사실임을 확인해 보려는 것도 나이야가라 폭포를 찾는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