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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여행 삶/이민

캐나다 런던 이민 : 가족 중심의 문화때문에 밤문화가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밤문화는 어떤 것일까?

 

캐나다 런던의 밤문화를 말하기 전에 나에게 있어 밤문화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젊어서 연구소를 다닐 때는 밤문화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회식문화가 곧 밤문화였던 것 같다.    회식 문화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고깃집에서 술과 고기로 배를 채우면서 1차, 근처 호프집이나 카페 가서 맥주 마시면서 2차, 그 후는 회식을 주도하는 대장이 누구냐에 따라 3차로 달리느냐 집으로 가느냐가 결정된다.     이것이 그 당시의 밤문화라면 밤문화로 볼 수 있다.     술을 많이 먹으면 차를 두고 가거나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다.   필을 받은 날은 새벽 해장국까지 먹으면서 술을 먹는 날도 있다.  이런 것들 역시 밤문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두환 시절 아주 잠깐 동안 술집 문 닫는 시간이 조정된 적이 있긴 했지만, 통금이란 것이 없어진 이후로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술을 먹을 수 있었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회식이 아닌 경우 대체로 울적한 일이 있거나 열 받는 일이 있을 때, 삼삼오오 모여서 상사를 안주삼아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걸치기도 했다.   지금은 더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서울의 밤은 잠들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회식문화가 몹시 싫었으며, 어쩔 수 없는 술자리가 제법 많아 참으로 싫었던 적이 많다.   난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마음맞는 사람끼리 한 잔 하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되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전체주의적인 회식문화는 몹시 싫어했다.

내가 이곳 런던에서 가장 그리운 것들 중 하나가 한밤중 잠이 안올때, 동네 포장마차에 가서 대합탕하나 시켜서 소주 한잔 하는 것이 너무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심지어 그 싫던 전체주의식의 회식문화조차 그리울 때가 있다.

 

캐나다 런던의 밤문화를 보자.

 

처음 이곳 런던에 오자마자 심근 경색으로 죽다 살았기 때문에 약 1년이 넘어서야 서서히 술집과 런던의 밤이 어떤지를 알아가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술이 너무 땡겨서 밤 12시에 방황하다 찾은 곳이 Ore House라는 스포츠바이다.

지금은 없어지고 마리화나 상점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서빙하는 친구들의 수준도 높았고(쭉쭉빵빵이란 의미^^), 나름 운치 있는 Patio 도 있어 제법 많은 사람들도 붐빌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보통 주중에는 1시면 문을 닫고, 주말에는 2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사람이 아직 많은데 문을 닫다니?   돈 벌기 싫은가?   주인이 없어서 그런가?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나왔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2시면 모든 술집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캐나다의 첫 번째 문제가 마약이 아니라 술일 정도로 술들을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한창 달아올라 가장 피크가 되는 시간대에 문을 닫는 것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곤 다른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술 한잔 할 곳을 찾을 수 없다.  아예 없다.   주말인 경우, 다운타운에 가면 술을 파는 곳은 문을 닫을지라도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2시가 넘어서도 있지만, 그것은 주말에 클럽에 갔다 온 젊은 친구들이 배를 채워줄 간단한 테이크아웃 초밥집이나 피자집이 햄버거 가게가 전부다.   런던 어디를 가도 술을 더 마실 곳은 없다.

 

런던에도 스트립바는 있다.  물론 2시면 영업 종료다. ㅎㅎ   살사 클럽도 있다.  물론 2시면 영업 종료다.   라이브 음악 까페도 있다.    역시 2시면 영업 종료다.  클럽들과 모든 종류의 스포츠바도 역시 2시면 영업 종료다.  노래방도 딱 하나 있다.  역시 2시면 영업 종료다.   사실상 1시 20분 즈음해서 "주방 라스트 콜"을 알려주기 때문에 파장 분위기는 1시 30분으로 봐야 한다.

나는 캐나다 런던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정말 가정적이어서 가족 중심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건지, 구조적(법)으로 2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강제적 수단 때문인지 정말 궁금하다.    구조적으로 2시에 영업을 강제 종료시키지 않아도 한국과 같은 밤문화가 형성될 것 같지는 않다.    강제적이던 가정적이던 오랜 세월 만들어진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술을 파는 곳도 LCBO나 BEER Store 라하여 이 두 곳 외에는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대부분 6~7시면 문을 닫고 유일하게 10시까지 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우리나라의 술 문화(?)중 큰 부분은 "즉흥성을 받아주는 분위기" 라 생각한다.   오늘은 몇 시부터 술을 먹어야지라든가 몇 시까지 술을 먹어야 하므로 술을 사러 미리 가야 한다든가 해서 이곳은 술도 예약하듯 마셔야 하기 때문에 즉흥적인 술자리는 진짜 만나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즉흥적인 제안을 내가 해도, 누군가 나에게 해도 뻘쭘할 수밖에 없다.   술이 없거나, 장소가 없고, 그리 해본 경험이 없기에 누구의 집으로 향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술이 다 깨거나 분위기가 확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냥 가족 중심적인 착한 런던이다.     한국의 회식문화와 술 문화, 밤문화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이곳 캐나다 런던으로 오면 참 좋아할 것이라 생각된다.   딱 맘에 들것이다.

 

런던의 또 다른 별칭 중에 하나가 실버시티이다.   은퇴한 늙은 캐네디언이 많은 도시다.  분위기도 학구적인 교육도시라는 별칭도 있다.   즉, 다시 말해 아주 재미없는 도시란 말이다.   놀 것도 별로 없고, 유명 명소도 없고, 밤문화도 없다.   젊은이들 말처럼 "So Boring!"  런던은 딱 그런 도시다.    

 

이젠 LCBO의 독점적 판매가 막을 내릴 것 같다.

※ P.S : 최근 캐나다의 술 문화를 바꿀 수도 있을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다.   모든 주류 판매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LCBO와 Beer Store 외에도 편의점에서 술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시행령이 내려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 안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와인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편의점 주류 판매라는 결정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걸 볼 때, 어찌 보면 우습기도 한 이런 결정이 수십 년이 걸려 이뤄진 것이라니 언뜻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편의점의 주류 판매는 편의점주 입장에서도 엄청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영업이익이 줄어가고 매출이 줄어가는 형국에 나타난 일종의 구세주인 셈이다.    앞으로는 밤 10시가 넘어도 술을 살 수 있게 된 것이고 동네 편의점에 가면 언제나 술이 있으니 술 먹는 풍속도도 조금은 바뀔 듯하다.   그러나, 이곳 캐나다는 한국처럼 뭔가 결정된 사항에 영향을 받는 것이 더디다.   많이 더디다.   하나의 이슈에 밀물처럼 몰려가거나 썰물처럼 싹 빠져버리는 그런 모습은 별로 볼 수가 없다.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술 문화 밤문화가 어느 정도 변화를 겪을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이젠 술을 살 수 없어 못 먹는 경우는 없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