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야 델 카르멘의 바다는 어떨까 보러 갔다가 마침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나, 비를 피하려고 비치파라솔에 들어갔는데 하루 대여에 100 페소를 달라하기에 비만 피했다가 갈거니 20 페소만 받기를 흥정하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소나기는 제법 많이 퍼부었고, 그칠 기세가 아니어서 파라솔을 당겨 비가 튀어 들어오는 걸 막아 보려 했지만, 어느 정도 젖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제 너무 즐겁고 빡시게 놀았던 탓일까? 가만히 앉아 비내리는 바다를 보니 소낙비로 인해 시원해진 온도와 솔솔 부는 바람 덕분에 급 졸음이 몰려왔다. 낮잠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잠들려 할 때, 비가 잦아들어 더 앉아 있기도 뭐해서 해변 백사장을 걸어 "5번가"로 들어갔다.
플라야 델 카르멘의 쇼핑 중심지인 "5번가"에 가서 구경도 하고 환전도 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려고 했다. 5번가는 역시 명성에 걸맞게 길게 뻗어 있고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옷가게, 모자가게, 선글라스 노점상, 맛사지 샆, 레스토랑, 술집, 기념품점, 컨비니언스, 닥터피시, 아이스크림가게, 명품 가게, 금은보석가게, 액티비티나 관광상품 파는 사람들......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액티비티나 관광 투어 상품들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하고, 모자점에 들어가 모자도 써보고, 선글라스도 사서 쓰고, 환전도 하고, 너무나 편안하고 여유로운 하루가 만끽하며 잠시 뒤 벌어질 일은 꿈도 못 꾼 채, 옷가게에 가서 맘에 드는 옷도 입어보려는 순간, 갑자기 들고 다니던 고프로가 안 보인다. 열 번도 넘게 가방을 열어 확인도 해보고,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고프로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지금껏 다녀온 가게들과 환전소를 역으로 회상을 하면서 서둘러 5번가를 달려가는데, 쨍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또 쏟아진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 고프로를 놓고 나왔음직한 가게와 환전소를 다 돌아다녔지만 고프로를 본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보안 카메라가 있는 가게에는 부탁을 해 확인까지 해 봤다. 도무지 어디서 잃어버린 것인지 기억 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잃어 버린 것이구나" 라며 체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지며, 어디서 잃어버린 것인지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 시작했다. 환전소인 것이다. 돈을 바꾸고 줄을 서있는 뒷사람들에게 신경이 쓰여 서두른 것이 화근이 된 듯싶다. 가방에 집어넣고 환전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옆에 두고 환전하다 서둘러 그곳을 떠난 것이다.
그곳에도 보안 카메라가 있고, 플라야 델 카르멘 시가 설치해 놓은 카메라도 있었으나, 그 카메라를 돌려 보려면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고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고, 그곳이 멀기도 하였다. 인근에 안전을 위해 상주하는 경찰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니 방법을 가르쳐 주긴 하였으나 카메라로 가져간 사람을 설사 보았다고 하더라도 카메라를 찾는 것은 몹시 어려울 거라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해 주었다. 그 말이 수긍도 갔다. 잃어버린 내가 잘못한 것이다. 가져간 사람에게 견물생심의 마음을 먹게 한 것도 내 잘못이다. 굳이 방법대로 한다고 해도 설사 찾는다고 해도 여행이 망가져 버릴 것이 뻔했다. 엄청난 인내와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은 그 경찰이 설명을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잃어버린 고프로는 아깝지만 아니 그곳에 찍어 놓은 영상들과 사진들이 더 아깝지만,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아직도 많이 남은 여행이 있지 않은가... 깔끔하게 포기하자.
아무리 깔끔하게 포기를 했다 해도 5번가를 더 구경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집으로 돌아가 앞으로의 여행 영상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으나, 별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는다.
숙소 여사장님이 멕시코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사이트라 알려주신 Mercado Libre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았다. 멕시코에서는 아마존 멕시코보다 훨씬 유명하고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란다. 검색을 해도 2위가 아마존 멕시코이고 1위가 Mercado Libre였다. 검색해본 결과, 다행스럽게도 고프로 8 Black 이벤트 중이었다. 아마존 멕시코에서 사는 것과 베스트 바이에서 사는 것을 재빨리 비교해보니 Mercado Libre의 가격이 60불 더 싸다. 숙소 여사장님에게 혹시 어카운트가 있으신지 물어보니 있으시다 하고 주문을 넣어 주시겠다고 해서 온라인 주문을 했다. 배달 도착 예정 시간은 2일 후였는데,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걸릴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여사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2일 후에 도착만 한다면, 배달된 제품에 하자만 없다면 남은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암담한 마음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기분도 좋은데 어제 보아두었던 타코 포장마차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름 맛집으로 네이버에 등록된 곳이어서 그런지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본의는 아니지만, 고프로를 업그레이드를 했다는 것이다. 향상된 기능들 중에 타임워프는 참 요긴하게 사용한 것같다. 아직은 사용이 능숙하지 못하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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