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가 없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순 없다. 여행을 즐기러 온 것이지 고프로 영상이나 찍으러 온 건 아니니까.
오늘은 무작정 아무 세노테나 가 보는 것이다. 검색과 추천을 통해 가기로 결정한 곳이 도스 오호스(Dos Ojos)란 세노테이다. 바로 옆에 닉테하(Nicte Ha) 세노테도 있다 한다. 가깝다니 내키면 2 군데 다 가기로 한다.
오늘도 우린 무식 용감 모드다.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20분을 달려 내린 곳은 후미진 으슥한 공터다. 이곳이 닉테하란 말인가? 아니다. ㅋㅋ 의사소통이 안되지만 나름 열심히 길을 물었더니 한참 동안 쌩쇼를 하던 중 버스기사분이 따라 오란다. 버스에 타란다. 데려다준단다. 난 이때까지도 닉테하에 데려다준다는 줄 알았다. ㅋㅋㅋ 다시 20분을 되돌아 가서 내려준 곳은 콜렉티보(Collectivo) 택시 집합소(정류장)이다. 이곳에서 닉테하 또는 도스오호스 가는 콜렉티보 택시를 타면 된단다. 플라야 델 카르멘과 툴룸 사이에 있다.
인당 45 페소를 내고 약 40여분을 달려 내린 곳이 고속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도스 오호스(Dos Ojos)였다.
이곳에서 매표소까지 들어가면 다른 세노테들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접하게 된다. 가격도 인당 350 페소이다.
물론 라이프 쟈켓이 포함된 가격이지만, 비싼 편의 세노테이다.
도스 오호스(Dos Ojos)란 뜻은 "두개의 눈"이란 뜻이란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면 두 개의 커다란 눈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곳은 스쿠버 초보자들이 동굴을 구경하기 최적의 세노테로 불린단다. 이유는 다른 동굴들 보다 들어오는 빛이 많아서 덜 어둡고, 폭이 넓어서라는데 세노테의 전형적인 지형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란다.
내가 조금만 젊었다면 ㅋㅋㅋ 또하나 이곳이 유명한 이유가 물이 다른 세노테에 비해 훨씬 맑고 투명하단 것이다.
실제 물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내가 물 속에 있는 것인지 잊어버릴 만큼 맑다는 것이다. 고프로가 아쉬운 순간이다.
물 속뿐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모습도 흡사 하늘서 떨어지는 것 같은 착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스 오호스(Dos Ojos) 세노테를 마법의 세노테라 칭하고 최고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 마누라의 고질적이고 만성이 된 목 주위에 있던 피부병이 거짓말처럼 싹 나았다는 것이다. 마누라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목 주위가 시원해지고, 수영을 하며 노는 것이 즐거웠는데 고질적이고 만성이었던 피부병까지 나았다고 기적의 세노테, 마법의 세노테"라고. 이때부터 원래 물도 안좋아할 뿐 아니라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하는 우리 마누라가 세노테 광이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워낙 물 속에서 안 나오고 노는 바람에 문 닫는 시간까지 놀다가 나와서 닉테하(Nicte Ha) 세노테는 포기해야 했다.
한 가지 누군가 귀띔을 해주었다면 좋았을 TIP을 하나 말하자면, 도스 오호스 매표소에서 돈을 내고 세노테까지 가려면 3Km가 더 되는 것 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태워다 주고 기다리다 다시 라이드 해준다는 사람이 있는데 500 페소를 달라한다. 걸어가기엔 참 먼 길이다. 우리는 다행히 아르헨티나에서 온 젊은 커플이 태워줘서 편하게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걸어 나오다 모기에게 헌혈을 한 후에 지나가는 차가 50 페소에 데려다준다 해서 냉큼 타고 나왔다.
이곳을 올때는 차를 렌트해서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선은 스쿠터나 자전거. 걷기엔 너무 멀다.
이곳을 추천해준 숙소 여사장이 깜빡하고 이런 상황을 알려주지 못한 것인지, 일부러 그런 건지 알 길은 없지만, 모기에게 뜯기는 상황에선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마누라의 피부병도 낫고, 물을 특히 세노테를 좋아하게 된 마누라를 보면서 역시 이곳은 우리에게는 기적의 세노테, 마법의 세노테라 해도 좋을 그런 의미 있는 세노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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