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크리스토발이 나에게 실망만을 준 것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잊지 못할 추억"도 있다.
거리를 구경하던 중 묘한 떡볶이 냄새 같기도 해물탕 냄새 같기도 한 음식 냄새가 났다. 본능적으로 냄새의 진원지를 향해 가다 찾은 곳이 멕시코에서 먹어본 음식 중 두 번째로 맛있는 뜨끈한 국(Soup)이었다. 맛이 두 번째가 아니라 순서가 두 번째란 의미이다. 첫 번째는 잊지 못할 바깔라르의 카마롱 토스타다스(Camaron Tostadas).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엘 칼데로(El Caldero)로 꽤 유명한 맛 집중 하나였다. 맛집이라고 다 맛있다고 생각지 않는 나에게 이 집은 진정 맛집이었다. 더구나 한국의 국처럼 엄청 뜨겁고, 시원한 매운탕과 비슷한 맛이라 더 놀랐다.
엘 칼데로(El Caldero) 강력 추천 메뉴 : 콘소메(Consome de Camaron)와 수프(Sopa de Mariscos)
콘소메(Consome)와 소파(Sopa)의 차이는 매운탕 집에 갔을 때, 맑은 지리냐 탁한 매운탕이냐의 차이랄까? 콘소메는 깔끔한 맛이라면 소파는 진한 맛이라 볼 수 있다. 가격은 둘 다 135 페소(약 6,700 원)로 가격도 착하다.
들어 간 새우와 꽃게, 문어, 이름 모를 생선 등등 해물의 양이 엄청나게 많고, 심지어 모두 맛있기도 하다.
매일 가서 먹었다. 국물까지 싹 비우면서. 저녁에 살짝 추위를 느낄 때 먹으면 완전 "따봉" 이다.
산 크리스토발의 카페거리 내지는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는 미구엘 히달고(Miguel Hidalgo)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을 구경하다가 들렸던 음식점에서 먹은 문어(Octapus) 요리는 맛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가격이 착하지 않다. 게다가 메뉴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는데 메뉴판의 가격을 헷갈리게 적어놓아 비싼 가격을 마치 싼 것처럼 해놓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 다른 여행자들은 나처럼 호갱이 되는 경우는 없겠지만, 메뉴판의 가격을 잘 확인하는 것이 현명할 듯싶다.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하면 떠오르는 가장 고맙고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바로 3일을 묵은 "천사 아줌마 집"(우리가 지은 별명)이다. 의사소통이 1도 안 되는 전형적인 멕시코 아줌마였는데 이 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구글 번역기로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 겨우 소통이 되어 우리들이 지칠 지경인데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차근 차근 소통하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말이다. 마치 시골 이모님 댁에 놀러 간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더불어 멕시코 숙소들 중에서 처음으로 하수구 냄새가 나지 않는 집이었고, 아늑할 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편안한 숙소였다. 왜 하수구 냄새가 안 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3일 내내 나지 않았다. 멕시코 여행 전체 숙소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그런 숙소였다. 게다가 숙소 가격이 16불/1박이다.
캐나다 달러이니 한국돈으로 14,000원 정도. 가격이 비싸다고 결코 좋은 집이 아니라는 것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마다 확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3배의 돈을 준 숙소들도 이 숙소와 비교한다면, 아니 비교가 불가할 만큼 형편없다.
별점 후기에 별 다섯을 주어도 모자란 잊지 못할 산 크리스토발의 숙소였다.
게다가 차멀미와 배탈로 마누라가 온종일 아파 누워있을 때, 멕시코 전통 민간요법이라며 주신 녹색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스 같은 것은 심한 배탈에 대한 효과 유무를 떠나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웠다. 수미데로(Sumidero) 투어도 아주머니가 아는 분을 통해 싸게 해 주셨고, 툭스틀라 공항으로 가는 버스 터미널까지 손수 운전해 데려다주셨으며, 의사소통 문제로 혹시나 티켓팅을 잘못할까 봐 직접 표까지 사주시고 직원에게 당부의 말까지 남기시곤 "감사의 표시"를 할 틈도 주지 않으시고 떠나셨다.
이때 마누라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상태였는데 아주머니의 감사한 배려 덕분에 훨씬 덜 고생을 했다.
평이 아무리 안 좋은 곳을 가든 칭찬일색인 곳을 가든 어디를 가나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듯싶다.
산 크리스토발을 떠 올리면 미소와 더불어 먼저 떠 오르는 분이 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