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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여행 삶/여행

메히꼬 여행 : 치아파스(Chiapas)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 -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6시간여 달린 후, 드디어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에 도착했다.

ADO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정차해서 같이 간 여행자들과 하차를 했다.   도착 시간이 밤 11시가 다 되어서였는지 거리는 한산하고 어둡다.   구글맵의 도움으로 예약된 숙소를 찾아 어렵지 않게 도착해 짐을 풀고 샤워를 하니 피곤함이 몰려와 바로 잠들었다.   

 

겨울에 우리나라 군고구마 파는 모습과 비슷하다. 

일어나서 바로 해야 할 일은 숙소를 다시 예약해야 하는 것이었다.   칸쿤에서부터 예약한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는 예외 없이 하수구 냄새가 심했다.   심지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숙소 역시 하수구 냄새는 심했다

나름 터득한 냄새 방지 방법을 써서 그럭저럭 지낼 만은 했지만, 예외없이 하수구 냄새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해발 고도가 너무 낮아서 그렇다는 소리도 들었고, 멕시코 자체의 하수도 시설이 열악해서란 소리도 들었다.   

이곳 산 크리스토발은 해발 고도가 약 2,200m 수준이니 하수구 냄새가 없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어제 잔 숙소 역시 그렇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일까 싶어 이번엔 좀 더 비싼 호텔을 알아 볼 겸, 산 크리토발의 아침 풍경을 구경할 겸, 숙소를 찾아 나섰다.    (팁 : 비싼 곳이든 싼 곳이든 상관없이 하수구 냄새가 났다.) 

 

 

산 크리스토발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지금까지 거쳐온 여행지는 유명 관광지내지는 휴양지이고, 위치도 유카탄 반도 해변 쪽에 인접해 있는 도시들이었다면 이곳은 치아파스(Chiapas) 주에 속한 바다와는 제법 거리가 먼 내륙에 위치해 있고, 해발고도 역시 우리나라 한라산보다 더 높다.   그래서일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 다른 점은 밤이 되면 추울 지경이다.   매일 밤 추운 것은 아니지만 창문을 열고 자다간 감기 걸리기 딱 좋다. 

한낮에는 꽤 덥기도 하지만, 날이 저물어 갈수록 금세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다.   꽁꽁 싸두기만 했던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잠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여행할 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1호 물품이다.  더운 곳을 갈지라도.  

두 번째, 배낭 여행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내가 지나온 도시들은 배낭 여행자보다는 패키지 관광객이나 휴양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반해, 젊은 배낭족들이 많다.  심지어 내 눈에는 이곳에서 오래된 그러나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닌 히피처럼 보이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길거리 공연이란 뜻인 버스킹(Busking)을 즐기는 젊은이들도 많다.

 

 

세 번째, 치아파스(Chiapas) 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500여 년을 스페인 노예제도 철폐, 프랑스 제국 축출, 미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싸운 사파티스타(Zapatista) 저항군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가장 가난한 주란다.   일제 식민시절 독립군들의 자손들은 현재 "거지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달라 보이지 않아 친근함과 더불어 서글픔도 느껴진다.

 

네 번째, 전통시장 물가가 너무 착하다.  전통시장(Mecardo) 물가는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싸다.  그렇지만, 눈에 확 띄는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 씌우는 바가지는 여전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 몸짓으로 흥정을 잘하면 어느 정도 현지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멕시코 여행을 갑자기 결정하고 가 볼 도시들의 정보를 찾아 볼때, 산 크리스토발이 가장 기대가 되는 도시중 하나였다. 

산 크리스토발을 가기위해 멕시코 여행을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대가 컸다.

"배낭 여행자들의 무덤", "배낭 여행자들의 고향이자 종착역", "여행자들의 개미지옥" 등등의 별명이 붙을 만큼 이곳을 다녀온 배낭 여행자들의 칭찬 일색인 이곳 산 크리스토발.    

나 역시 한달살아 보기 여행을 선호하는 터라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온 산 크리스토발이었다.  

내가 젊지 않아서 일까?  마누라가 탈이나 아팠기 때문일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내가 본, 내가 느낀, 내 생각만으로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망스럽다"이다.  

 

특별히 나쁜 것을 느끼거나 경험한 것도 아니고, 나름 구경거리도 많고, 맛있는 음식점들고 있고,  괜찮은 마을이라고도 느꼈지만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더 많았다.   이유를 딱히 설명할 길은 없지만, 나하고 잘 안 맞는다고 해야 할까?

그 많은 칭찬일색의 이유들을 다시 한번 느껴 보려 애를 써보았음에도 나에게 기대가 컷던 산 크리스토발은 그리 와 닿지가 않았다.   나는 바다도 좋아하지만, 산도 좋아한다.   이곳은 산과 산맥들이 과히 대단하고 멋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있어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왜 일까?

 

나름 배낭 여행자들의 무덤이니 종착역이니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오려면, 멕시코 시티(Mexico City)나 칸쿤(Cancun) 공항을 통해 또는 다른 남미 국가나 쿠바 등을 통해 꽤 덥고 습한 도시들을 거쳐 고생을 좀 한 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서늘함을 느낄 만큼 덥지 않고, 습한 느낌이 적다.   볼거리도 많고, 물가도 그다지 비싼 편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오랜 배낭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이곳이 배낭 여행자들의 무덤, 개미지옥이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