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여 명 정도의 소그룹으로 사진으로만 접하던 그 유명한 콜라라다스(Coloradas)로 향한다.
물빛깔이 어떻게 저런 예쁜 핑크색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사진으로만 접하던 곳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고프로의 충전과 파워뱅크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결국,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척하면서 동영상 촬영을 하기는 했지만, 영상 퀄이 고프로만 못하다.)
도착 후 차에서 내려 바라본 물 빛깔은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신기하기도 하다.
브라인 새우와 미생물들의 화학작용으로 이런 빛깔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농도와 햇빛의 정도에 따라 핑크빛의 색깔이 달라져 보인다. 정말 예쁜 핑크빛이다.
그런데 입구에서 고프로와 카메라는 들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가져가도 되지만 절대로 촬영은 안된다고 한다.
허걱 ~~~ 살짝 꺼내 찍어 보려 했는데 같이 동행하는 안전요원(?)의 엄격한 제지로 실패했다.
5~6년 전만 해도 촬영이 허락되고, 물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물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고프로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단다.
이곳은 국가나 단체가 운영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정말 작은 어촌 마을에 있는 개인 소유지이기에 다른 방법도 있을 법한데 어쨌든 안된단다.
치첸이사(Chichen Itza)나 팔렝케(Palenche)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고프로 촬영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그마저도 안된다.
이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가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것 같은데,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어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이곳은 사진을 찍거나 눈으로 보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액티비티도 없고,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심지어 사진을 찍으러 물 가까이 내려가는 것도 안전요원(?)의 엄격한 통제로 불가하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만 허락된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엄격한 그 안전요원(?)이 사진을 찍어 주는데 선수다. 파노라마 사진이나, 웃긴 사진을 찍는 방법이나 장소를 잘 알고, 정말 잘 찍어준다.
최근에 이곳을 다녀 온 사람들의 블로그 중에 이곳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쓴 글을 보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오지 말아야 할 이유까지 있을까? 아무리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 여행지를 고급 사진기나 고프로 등으로 사진을 못 찍는다 해서 촬영을 못한다 해서 그곳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본질이 심하게 왜곡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눈으로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오랜 여운으로 남지 않을까?
요즘은 블로그나 특히 유투브에 올리는 것이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고, 나 역시도 그리 하고 있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보면, 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렇게 하고, 안되는 곳은 눈과 마음에만 담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쪽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곳은 반드시 보아야 할 곳이다. 꼭 가 보시길 강추한다.
같이 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여자 2명을 보면서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특정한 목적을 두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두 중국인 친구는 안쓰럽기까지 한 느낌은 단지 내가 늙은 "꼰대"라서만은 아닐 것 같다.
투어 하는 내내 사진만 찍고, 그것을 보정해서 어딘가에 올리는 일만 한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보정작업 아니면 잠을 잔다. 세노테(Cenote)에 가서도 즐기려고 하기는커녕 세노테 안을 구경도 하지 않으려 한다. 처음 온 곳일 텐데도 말이다. 얼굴의 표정도 사진을 찍을 때만 꾸며낸 웃는 표정과 억지스런 다른 표정들을 짓는다.
그 외엔 표정이 어둡다. 피곤해 보인다.
관광을 왜 온 것일까 싶을 정도로.... 특별히 그런 분야의 일을 하러 온 것일까? 그것도 아닌듯 싶다.
사람에 따라 보정을 해서 올리는 것만을 즐거움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정을 열심히는 하지만, 전혀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 내 딸이나 아들 정도의 나이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다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사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플라야 델 까르멘(Playa Del Carmen)에서 만났던 비슷한 또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순간을 즐기면서 한다는 것이 전혀 다르다.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같이 투어를 하는 내내, 안쓰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등의 그들의 돈벌이 플랫폼 안에 갇혀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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